만성적 저평가의 뿌리
한국 주식시장이 글로벌 평균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단순한 이익 부진 때문이 아니다. 매거진 한경에 따르면, 한국 증시의 저평가 원인은 투명하지 않은 지배구조, 자사주 편법 활용, 배당 기피, 불공정한 합병 비율, 이사회 견제 기능 부재 등 기업의 행태에 있었다magazine.hankyung.com. 이러한 행태 때문에 한국 시장은 예측 가능성이 낮고 주주환원이 확실치 않은 시장으로 인식돼 왔고, 이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실패라는 구조적 한계로 이어졌다magazine.hankyung.com.
2025년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상법 개정과 세제 개편을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 혁신과 주주 환원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 유치를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지배구조 개편과 배당정책 변화가 어떻게 한국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 살펴본다.
1. 지배구조 개편: 이사회의 책임 범위 확대와 투명성 강화
1.1 상법 개정의 핵심 내용
2025년 7월 통과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 확대했다. 매거진 한경은 이번 개정으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특정 계열사나 최대주주의 이익에 치우칠 수 없고, 소액주주를 포함한 주주 전체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법적 기준이 명확해졌다고 설명한다magazine.hankyung.com. 자사주 매입, 배당 정책, 기업 인수합병(M&A) 등 주요 자본정책에서 경영진이 단순히 지배력 강화만을 이유로 삼기 어렵게 됐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magazine.hankyung.com.
또한 매일경제에 따르면, 1차 개정안은 이사 충실의무 확대뿐 아니라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명칭을 바꾸고, 독립이사 비율을 전체 이사의 1/3 이상으로 늘렸다mk.co.kr. 소수주주의 이사 선임 권한을 확대하기 위해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규정도 도입됐다mk.co.kr. 이런 제도는 대주주의 이사회 장악력을 약화시키지만, 기업 투명성과 소수주주 보호를 강화해 해외 투자자의 신뢰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mk.co.kr.
1.2 지배구조 개편의 효과
- 행동 양식 변화와 법적 책임: 상법에 주주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이 명문화되면서 경영진은 자사주 활용, 합병비율 설정, 배당 결정 등에서 주주 권익을 해칠 수 있는 관행을 지속하기 어렵다. 기업의 행동 양식 변화가 주가 리레이팅의 핵심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법 개정은 단기 이벤트가 아닌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magazine.hankyung.com.
- 투자자 신뢰 회복: MSCI 등 글로벌 지배구조 평가기관은 한국의 상법 개정이 **“아시아 주요국 중 가장 적극적인 주주 권익 강화 조치”**라고 평가했다mk.co.kr. 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시각에서 한국 기업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추고, 자본조달비용(코스트 오브 에쿼티)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 PER·PBR 개선 여지: JP모건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혁과 제도적 개편이 실효를 거두면 코스피가 현재보다 50% 이상 상승할 여지가 있다며, 코스피 4000도 PER 12배 수준에서 현실적인 숫자라고 평가했다mk.co.kr. 이는 지배구조 개선이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국제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배당정책 개편: 분리과세와 배당 문화 확산
2.1 한국 배당의 현실과 문제점
국내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최근 10년간 26%에 불과하다. 매일경제는 한국의 배당성향이 미국(42.4%)과 일본(36%)보다 현저히 낮다고 지적하며, 금융소득 종합과세로 인해 연간 배당이 2000만원을 넘으면 최고 49.5%의 세율이 적용되는 구조가 기업의 배당 확대를 막아 왔다고 설명한다mk.co.kr. PwC 보고서 역시 한국 배당성향이 10년 평균 26%로 미국 42.4%, 일본 36.0%, 중국 31.3% 등 주요국과 비교해 소극적이라는 점을 확인한다pwc.com.
높은 배당소득세율은 국내 기업들의 고배당 정책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PwC는 미국의 배당소득세가 15%에 불과한 반면, 한국은 금융소득 2000만원 초과 시 누진세율(최고 49.5%)을 적용해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시장을 기피하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한다pwc.com.
2.2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인센티브 설계
이재명 정부는 배당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추진하고 있다.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개정안은 배당성향 35% 이상 기업의 배당소득에 대해 낮은 세율(22~27.5%)로 분리과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mk.co.krmk.co.kr. 정부는 분리과세가 주가 상승과 양도세 수입 증가로 세수 감소를 보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게 배당을 안 하는 나라”라며 배당을 생활소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문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mk.co.kr.
이 제도가 시행되면 배당 확대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가 생겨 기업들이 내부 유보금만 쌓지 않고 주주와 성과를 공유하려는 동기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배당 요구와 공시 강화 정책이 경영진의 배당 결정에 압력을 더할 것이다magazine.hankyung.com.
2.3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배당 확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다. 한국 기업들은 그간 자사주를 매입만 하고 소각하지 않아 최대주주 지배력 유지나 인적분할 등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매일경제는 국회가 자사주 취득 후 6개월~3년 내 소각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논의 중이며, 이는 자사주를 사금고처럼 보유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mk.co.kr. PwC 보고서도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하면 주식 수가 줄어 EPS가 개선되지만,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면 주가 부양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pwc.com. 소각 의무화는 자본 효율성을 높여 주당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이다.
3. 지배구조·배당 개편이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는 메커니즘
3.1 자본효율성(ROE) 개선과 코스트 오브 에쿼티 감소
삼일PwC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ROE 개선과 COE(자기자본비용) 하락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pwc.com. 지배구조가 투명해지고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적극적으로 공표하는 기업은 정보 비대칭이 해소되어 투자자 요구 수익률이 낮아지고, 낮은 COE는 PER·PBR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편 ROE를 높이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주주환원 확대를 통해 자본총계를 줄이는 것이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은 ROE 개선에 기여하고, 기업의 잉여현금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시그널을 준다.
3.2 국제 사례와 벤치마크
한국과 비슷한 산업 구조를 가진 대만은 10년 평균 배당성향이 55%에 달하고 PBR은 2.4배 수준이다pwc.com. 일본 역시 ROE가 한국과 비슷하지만 자사주 매입을 포함한 총주주환원율이 높아 밸류에이션이 한국보다 높다pwc.com. 이러한 비교는 주주환원이 밸류에이션 개선에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준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ROE 8% 이상을 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의 하한선으로 제시하기도 했다pwc.com.
3.3 정책 시너지와 시장 반응
지배구조·배당 개혁은 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나증권의 연구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는 주주환원 정책의 부재였다”면서 정부의 개입으로 이 부분이 적극 개혁되면 PER 12배 수준의 코스피 4000도 현실적인 숫자라고 평가했다mk.co.kr. 실제로 상법 개정이 논의된 2025년 5월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에 순매수 흐름을 보이며 지배구조 개편 수혜가 예상되는 지주사·보험·증권 업종에 자금을 투입했다는 보도도 있다
4. 남은 과제와 리스크 요인
지배구조·배당 개편이 밸류에이션 상승을 유도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몇 가지 과제와 위험요인도 있다.
- 입법 및 실행 불확실성: 상법 개정,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은 아직 모든 법안이 통과된 것은 아니다. 여야 간의 의견차와 기업들의 반발로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매일경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대해 경영권 방어 수단이 사라질 수 있다는 기업들의 우려를 전하며 정책의 속도 조절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mk.co.kr.
- 기업 실적과 현금흐름: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은 지속 가능한 이익과 여유현금흐름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ROE가 낮은 기업이나 과도한 부채를 가진 기업은 환원 정책을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다.
- 세제 논란과 투자자 부담: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시행되더라도 대주주 양도세 기준 하향이나 증권거래세 인상 등 역방향의 세제 조치가 함께 추진되면 정책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mk.co.kr. 투자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선 세제 개편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 경영 판단의 위축 우려: 이사 충실의무 확대는 경영진이 소송 리스크를 의식해 과도하게 보수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mk.co.kr. 특히 변화가 빠른 산업에서는 법적 리스크가 기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5. 결론: 지속 가능한 주주환원 문화가 열쇠
한국 자본시장이 만성적 저평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성장을 통한 수익성 개선과 함께 일관된 주주환원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매거진 한경은 이번 제도 개편을 “행동 양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게임의 규칙 변화”로 평가하며, 기업의 행태 변화가 주가 리레이팅의 핵심 요인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분석한다magazine.hankyung.com.
다만 정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선 법안의 조속한 통과와 함께 정책 일관성, 기업 실적 개선, 투자자와의 적극적 소통이 병행돼야 한다. ROE를 높이고 COE를 낮추는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만 일본·대만처럼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확보할 수 있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단순한 이벤트로 소비하기보다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 전략으로 자리매김할 때, 한국 증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낙인을 지우고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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